우리나라에서 ‘박쥐’는 전통적으로 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박쥐를 의미하는 한자어 ‘편복’(蝙蝠)의 ‘복’자가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황금박쥐의 학명은 ‘붉은박쥐’로 홍복(紅蝠)이라 하는데, ‘큰 복을 가져오는’ 홍복(弘福)으로 ‘큰 행복을 전한다’는 의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황금박쥐는 ‘복을 집 안으로 들인다’는 속설이 있어, 우리 조상들은 집 안 자개장 경첩에도 황금박쥐 무늬를 새기는 등 황금박쥐는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유명하다.
황금박쥐가 주는 좋은 기운을 받아 가고자, 이제 함평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순금으로 된 ‘황금박쥐상’을 관람하고 가는 게 공식 루트가 됐다. 현재 황금박쥐상은 엑스포공원 내 함평문화유물전시관인 ‘함평추억공작소’ 1층 특별전시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본래 황금박쥐상은 보안 강화를 위해 화양근린공원 내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위치해 ‘함평나비대축제’와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열리는 기간에만 관광객에게 한시적으로 공개됐었다. 그렇지만 황금박쥐상에 대한 세간의 관심에 힘입어 최근 관광객 접근성 향상을 위해 엑스포공원 내로 이전하고 상설 전시를 통해 1년 내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황금박쥐가 현재 함평군 대동면 일원에 집단 서식 중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가. 생태체험관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대목이다.
함평군과 황금박쥐의 인연은 25년 전인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2년 이후 한반도에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금박쥐는 1999년 2월 EBS 취재팀에 의해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일대에서 162마리가 집단 동면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한반도에 서식하는 전체 황금박쥐의 40%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지역사회는 물론 학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온몸이 황금빛(혹은 붉은빛)을 띈다는 황금박쥐는 현재 멸종위기동물(포유류)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당시 함평군은 마을 주민 2명을 황금박쥐 지킴이로 위촉한 데 이어, 2002년 이 일대 270만 평이 환경부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런가 하면, 대동면민들은 십시일반 2004년 3․1절 기념 고철 모으기 운동을 시작으로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통해 2005년 ‘황금박쥐 조형물’을 세우기도 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대동면 고산봉 일대에 세계적인 희귀종인 황금박쥐가 집단 서식하고 있음을 기념하고, 대동면의 무궁한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조형물 중심판 3개 축은 황금박쥐의 비상하는 모습을 통해 대동면민의 소망과 발전을 기원하며, 천연기념물 제108호인 팽나무숲의 고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고, 조형적으로 안정감 있는 삼각 구도의 배치를 통해 오랜 역사를 이어 온 대동면의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함평향교 삼거리에 위치했던 대동면의 황금박쥐 조형물은 최근 대동면 소재지 초입 회전교차로 내 교통섬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를 통해 접근성과 시인성이 향상돼, 대동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조성됐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대동면 서호길 일원에는 황금박쥐 생태체험관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현재 체험시설, 교육시설, 함평군 황금박쥐 홍보시설, 휴게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올해 대동댐 주변 생태탐방로 조성과 함께 체험관 내부에 어린이 놀이공간을 확충하고, 학교 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보다 더 많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함평 하면 떠올리는 ‘나비축제’와 더불어 황금박쥐에 대한 관심이 치솟는 금값만큼 높아져 가는 추세다. 황금박쥐와 관련한 각종 문화적․역사적 스토리텔링과 기존 보유 자원까지 더해 ‘생태관광 1번지 함평’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환경오염 등으로 멸종되어 가고 있는 황금박쥐가 2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군 대동면에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은 함평군이 자연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종 황금박쥐와 더불어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는 함평군은 앞으로 다양한 생태관광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여기에 미래 생명산업인 ‘친환경농업’ 실천과 함께 자연환경을 잘 가꾸고 지켜, 후손들에게 소중한 생태관광자원을 대대로 물려주기 위해 끊임없이 매진할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더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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